우리의 삶은 지구라는 세상에서 보내는 한시적인 여행이다. 그 여행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것이 인간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붙박이가 되는 그런 삶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어느 곳을 찾아가고자 한다. 가 본 일이 없는 미지를 찾아가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지구라는 세상에서 떠나야 한다는 운명을 순연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추억이 필요한지 모른다. 불현 듯 그리워지면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추억이야말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증표의 하나가 아닐까.
김태균은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는 듯싶다. 일생이라는 긴 여행기간 동안에도 또 다른 형태의 작은 여행을 즐기며 그림으로 남긴다. 풍경화가들 대다수는 크고 작은 여행을 통해 소재를 얻기는 하지만 여행 그 자체를 그림의 주제로 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은 부분에 그가 자리한다. 여행의 자취를 남기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 명확치 않으나 결과물만으로는 그림을 위한 여행이지 싶다.
로버미니_162.2x130.3cm_Oil on canvas_2015
나라는 존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기차나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야말로 여행을 위한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무언가를 타고 다니는 시간의 연속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행이란 현지에 도착해서 풍광과 문명의 자취를 보고 새로운 음식문화에 빠져드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듯싶다. 다시 말해 풍경을 감상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시간보다 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음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싶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타고 다니는 시간을 그림 속에 포함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작품마다 새로운 여행지 풍경과 함께 조그만 자동차가 등장한다. 클래식 카의 대열에 들어선 미니로버가 그 주인공이다. 일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기차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작품에 미니로버가 함께 한다. 그러고 보면 미니로버가 그림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미니로버가 데려다주는 여행은 낭만적이다. 클래식 카가 가지고 있는 시간성은 여행 자체를 지나간 어느 시간대로 소급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구나 아주 조그만 차체는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듯싶어 사랑스럽고 정감이 넘친다.
포니 History_91x65cm_Oil on canvas_2021
대다수 작품이 여행과 관련된 풍경인데,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주 보는 낯익은 풍경이 아니라 일상을 떠나야만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그곳이 한국의 시골이든 아니면 외국의 대도시이든 현재라는 장소를 떠나서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풍경들이다. 하지만 그 풍경들은 그의 그림 속에서 새삼스러운 이미지로 재현된다. 그 풍경 속에 거의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니로버로 인해 여행이라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 여행 자체가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어느 면에서는 자동차는 현대인의 삶에서 인생의 반려나 다름없을 만큼 일상생활의 중요한 동반자인 셈이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반려로 받아들인 클래식 카 미니로버는 자동차 마니어가 아닐지라도 고풍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그 아름다운 차를 몰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아담하게 작은 크기로 인해 친근감이 더하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미니로버를 보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터임즈 스퀘어의 오후_100x72.7cm_2018
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카 미니로버를 타고 여행하고 싶은 꿈을 그림 속에서 실현하고 있다. 미니어처 미니로버를 그림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도록 한다. 미니로버를 실제의 풍경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지나간 시간상의 어느 시점으로 데려다 놓는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꿈꿀 때 그는 조그만 클래식 카를 동반하는 느긋한 여행을 꿈꾼다. 그 꿈이 현실이 아닌 그림 속에서 실현된다.
미니로버는 창경궁 후원에도 들어가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달린다.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그림 속에서는 실제의 상황처럼 연출된다. 조그만 클래식 카의 존재로 인해 평범해질 수도 있는 풍경에 스토리가 들어서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현실의 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에게 꿈과 환상과 낭만적인 감정을 샘솟게 한다. 일상적인 풍경 속에 클래식 카 하나가 함께 함으로써 시각적인 이미지 너머의 정서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미니로버를 화면에 가득 채운 작품들은 실제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묘사력이 뛰어나다. 이처럼 극렬한 묘사력은 작가적인 역량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진다. 견고한 묘사력과 구성 그리고 내용은 결과적으로 이처럼 견실한 사실적인 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앨라바마가는길_33.4x24.2cm_Oil on canvas_2018
펜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아름다운 클래식 카를 타고 여행하고 싶은 꿈을 그림 속에서 실현하고 있는 김태균 작가는 새로운 여행지 풍경과 함께 자동차를 그린다. 일생이라는 긴 여행기간 동안에 또다른 형태의 작은 여행을 즐기며 그림으로 남기는 것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그림 속에서는 실제의 상황처럼 연출된다. 조그만 클래식 카의 존재는 평범해질 수도 있는 풍경에 스토리가 들어서게 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은 감상자에게 꿈과 환상과 낭만적인 감성을 샘솟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태균 작가는 새로운 여행지 풍경과 함께 조그만 자동차를 그렸는데, 클래식 카의 대열에 들어선 작은 차가 그 주인공이다. 나라는 존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자동차야말로 여행을 위한 가장 편리한 수단이며 어쩌면 여행이란 무언가를 타고 다니는 시간의 연속인지 모른다. 작은 차가 데려다 주는 여행은 낭만적이며 시간성은 여행 자체를 과거의 어느 시간대로 소급시키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할 때.....
약간의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는 자유로움을 상상하며 느긋한 여행을 꿈꾼다.
그 꿈은 언제나 그림 속에서 실현된다.
초여름의 첫걸음인 6월에 클래식 카와 함께하는 여행을 그리는 김태균 작가의 작품 25점을 장은선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실제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묘사력이 뛰어난 자동차를 동반한 낭만적인 여행의 작품을 감상하시길 바란다.
김태균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대상, 남농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호국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수상했으며 현재 나혜석 미술대전 운영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대한민국 장애인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재임중이다. 작품은 김해공항, 주한터키대사관, 이스탄불문화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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