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일 ~ 2016년 2월 14일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2015년의 마지막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여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임민욱 작가의 개인전 <만일(萬一)의 약속>을 개최한다. 1990년대 말부터 공동창작의 새로운 시도로 한국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임민욱은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출판, 교육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하면서 독자적인 시선을 구축해 온 작가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숨가쁜 도시근대화를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누락한 장소와 사람들, 시간에 의해 마모된 삶과 기억을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독특한 비디오 작업에 담아왔다.
사라짐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복원을 조형화해온 그는 미술 영역에서는 자주 다루지 않는 재료들, 예를 들어 액체, 라텍스, 촛농, 깃털, 뼛조각, 잔여물 등으로 소멸되기 쉬운 유기체적 존재들을 형상화한다. 거기에 소리, 조명, 온도 같은 청각적, 촉각적 요소를 더함으로써 재료의 물성적 차원을 넘어 슬픔과 애도와 같은 깊은 정서적 공감에 도달하게 한다. 이는 자크 랑시에르가 말한 정치와 미학 간의 긴밀한 역학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임민욱은 삶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양가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이를 미학적으로 재배치하여 사회의식과 예술 간의 긴장을 탁월하게 조율한다.
그간의 작업 경험을 집약하여 새로운 설치작업으로 선보이는 이번 플라토 전시는 분단국가의 작가로서 남북분단과 이산가족에 대한 작가의 오랜 인식을 구체화 해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흩어진 채로 사라지고 말 한국의 디아스포라 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1983년 KBS가 주관한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의 방송 현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정착하지 못한 장소로서 상징화되었던 컨테이너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의 역사까지도 포괄하는 고단한 삶의 실물존재로 등장한다. 자연의 일부로 변형된 미디어는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은 애니미즘적 상상력의 산물과 같다. 존재의 경계를 넘고 분단을 사유하는 '만일의 약속'은 어떤 중간, 혹은 가능성의 세계를 형상화한다. 이 전시는 광복 70주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한국현대사를 다시 돌아보며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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